2010/06/30 03:44
항상 꼴찌에 허덕이던 롯데를 4강으로 이끈 명장. 그리고 항상 4강의 문턱에서 좌절하는 단기전의 졸장.

현재 국내 프로야구에서 로이스터에게 내려지는 대부분의 평가가 이렇게 극과 극으로 갈린다.

고집스럽게 자신의 야구 스타일을 강조하던 로이스터 감독은 최근 달라진 선수 운용으로 명장과 졸장의 기로에 서있다.


최근 로이스터 감독의 야구가 변하고 있다. 빈번한 번트에서, 상대방 투수 기용에 따른 플래툰 시스템. 작년에 비해 유난히 많은 투수 교체와 대타 횟수 등 다양한 부분에서 그 변화를 느낄 수가 있다. 한국 프로야구 진출 3년 차인 그의 이런 변화를 반기는 사람도 있고 반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 다양한 해석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 변화의 결과는 시즌이 끝나봐야 알 것 같다.


대한민국의 현 20대 중, 후반 사람들이면 대부분 읽어봤을 만화책이 있다. 바로 '슬램덩크'다. 최근 로이스터의 행보를 보면서 오버랩되는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능남과 해남의 시합이다. 능남은 강호 해남을 맞아, 평소 포워드를 소화하던 윤대협을 포인트 가드로 출전 시키며 이정환과의 매치업을 만든다. 그리고 해남의 감독은 그 장면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 강호라고 생각하는 상대와 싸울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 강한 상대를 의식한 나머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해남의 감독은 이정환이라는 슈퍼 스타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윤대협을 포인트 가드로 기용하는 악수로 초반을 평가한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물론 능남은 그 경기에서 패하기는 했지만 멋진 경기를 펼쳤다. 윤대협은 포인트 가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 낼 수 있는 자질을 지녔던 것이다. 그 선발 라인업은 능남의 또 다른 무기이기도 한 것이다.


다시 로이스터의 롯데로 돌아와 보자. 현재 로이스터의 이러한 변화는 너무나 달갑지 않다. 대타 성공률은 최하위를 달리고, 대부분의 작전은 번번히 실패한다. 마치 Sk 김성근 감독의 데자뷰를 보는 것 같은 투수교체 타이밍은 8개 구단 최악의 불펜이라는 오명을 달고 있다. 한국 야구를 그리고 SK를. 팬들의 압박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자기 자신을 잃은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야구의 한 팬으로서. 난 야구가 한 사람의 혹은 한 팀의 인생과 인생이 맞붙는 시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롯데 자이언츠, 그리고 로이스터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로 SK 와이번즈를 꺾는 장면을 목격하고 싶다. 물론 변화나 진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변화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극대화 시키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롯데는 모든 스타일이 이기는 야구를 하는 팀이지, 지지 않는 야구를 하는 팀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로이스터의 변화는 롯데가 가진 장점들을 외면하고 있다.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NO, FEAR.

로이스터의 인생철학이다. 그리고 저 한 마디가 롯데를 4강으로 이끌었다. 단순히 말 한 마디가 해마다 꼴찌에 머물던 팀을 4강으로 이끌었을까? 당연히 아니다. 롯데 안에 내재되어 있는 힘을 이끌어내는 한 마디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밀한 작전야구나, 치밀한 플레이는 롯데가 지금 당장 가지고 있지 않은 장점이다. 단순히 대타 작전이나 번트 작전, 투수 교체로 이끌어 낼 수 없는 힘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올 한 해를 우승을 위한 해로 정한 후, 강한 발걸음을 재촉하는 로이스터 감독의 악수라고 생각한다. 나는 로이스터 감독을 존경하고 믿는다. 그가 가진 장정과 긍정의 힘을 믿는다. 그 것을 후회 없이 발산하면 져도 지는게 아니다. 그게 야구다.


인생과 인생. 가치관과 가치관이 맞붙어 그라운드에서 불을 뿜는 것. 그게 야구다.



자기 자신을 잃으면, 최고가 될 수 없다. 누군가의 아류가 될 뿐이다.

지금의 행보라면, 앞으로도 롯데는 절대 Sk를 꺾을 수 없다.
Posted by 너구리27
2010/06/25 02:38
9회 2사 만루의 상황. 타석에 들어선 당신은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성공한 순간의 짜릿함? 실패한 순간의 두려움? 모든 것은 소용 없다. 이제 더 이상 나에게 기회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순간도. 그리고 짧은 성공에 도취되어 이제 끝났다고 믿었던 순간도. 인생은 항상 나에게 타석에 들어설 것을 강요했고. 매번 상황은 절묘했다.

인생에 실패나 성공 따위는 있을 수 없다. 매 타석에 들어선 순간. 환호와 떨림. 그리고 두려움이 있을 뿐이다.

난 오늘도 타석에 들어섰다. 모든 것을 뒤집을 수도. 내 인생이 뒤집힐 수도 있다. 그 만큼 떨린다. 그러기에 이 순간이 소중하다.
내가 야구를 보는 이유다.


야구를 보면 인생이 보인다. 그건 이 짧은 문맥에. 이 짧은 맥락에 다 담을 수 없다.

항상 야구를 본다. 하루 4경기의 한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비롯해서 일본 프로야구에 한국 고교야구까지.

매번 타자는 타석에, 투수는 마운드에 서있다. 그리고 힘차게 공을 던진다. 꼭 던지는 공의 갯 수만큼 이야기가 존재한다.

야구는 이야기를 만들고, 사람들이 숨쉬는 인생에 문을 두드린다. 부분이 전체고 전체가 부분이다. 부분 부분이 너무 소중해서 이젠 하나의 전체가 되어버린 이야기들. 야구 속에 인생이 있고. 인생 속에 야구가 있다. 그리고 결국은 야구가 인생이 되어 버렸다.



당신은 9회말 2아웃 만루의 상황에 놓여있다. 영웅이 될 수도 있고, 역적이 될 수도 있다. 다음에 더 좋은 찬스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다시는 이런 찬스를 맞을 수 없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순간이다. 영원한 실패도 성공도 없다. 내일은 또 다시 내일의 타석에 설 것이기에. 인생이란 무대에서 은퇴를 하지 않는 다음에야.


누군가 (신이 되었든, 당신이 사랑하는 어떤 사람이건, 당신이 이겨내야 하는 어떤 시련이건) 당신을 향해 공을 던질 것이고, 당신은
방망이로 화답해야 한다. 시지프스의 운명 같은 이 순간을.



그저. 즐겨라.
Posted by 너구리27